2011년 9월 3일 토요일

진짜 프로 낚시꾼이 요기 잉네?

 

이 블로그의 이름은 나의 소망을 반영한 것이다. 꼭 나쁜 의미가 아니라, 어쨌든 먹고는 살아야 하므로 그나마 내가 가진 재주 중에서 하나에 대해 ‘프로’가 되고 싶은 욕심을 반영한 이름이다.

그런데, 요즘 존경스러운 프로 낚시꾼의 부각에 새삼 놀라고 있다. 이 역시 비꼬는 의미가 아니라, 진심 그렇다. 또, 부럽다. 그 얘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그 존경스러운 분은 바로 이 분!

20110902163245299 머니투데이 / 이기범 기자 / 2011. 09. 02

 

모두가 잘 아는 이 분이시다.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이미 대충 짐작하셨을 거다. 정말정말 우발적으로 치뤄지는 이번 선거에서 기존 정치인들은 어떻게 기회를 잡나 서로 눈치보고 있는 사이, 짠 하고 선빵을 날리시고 –다른 기성 정치인들이 선빵을 안 날린 것은 아니나, 그닥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는 사이–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 계시고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계신 분이다.

이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기서 생각해볼 만한 것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 안철수 개인과 관한 것이다. 그 동안 정치를 하네 마네 이런 얘기들이 주기적으로 등장할 때마다 참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허허실실 잘 넘기면서, 정부 정책에 관해 할 말은 다 해오셨다. 그러면서 또 한 자리도 하시고. ^^ 개인이 정치적인 야망을 갖는 것 자체는 도덕적인 선악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사실 진짜 도덕적으로 나쁜 놈들은 깜냥도 안 되는 것들이 나서는 것이다.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갖지 않고(내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결과만 놓고 유추했을 때), 그저 시류에 휩쓸려 혹은 돈 자랑하려고 등장했다 사라진 정치신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점에서 볼 때 마운드에 오를까 말까, 감독의 지시도 없이 불펜에서 팔 몇 번 흔들었을 뿐인데 상대방을 벌벌 떨게 하는 선동열 투수만큼 안철수도 매력이 철철 넘쳐 흐른다. 즉, 사람들이 안철수를 “진짜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선거에서 바람이란 게 참 무서운 건데, 10월 26일까지 얼마 남지도 않은 시점에서 초반 거대한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그가 다른 후보군보다 세 수 내지 다섯 수는 앞서 가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점은 결국 안철수가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래서 본 선거에서 기존 정치인들이 아무리 깎아내리고 흠집을 내려고 해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닐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게 한다.

둘째, 기존 정치판의 플레이어들에 관한 것이다.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사실 이번 사건은 기존 정당이 자초한 결과다. 그걸 알고 있나 잘 모르겠다. 그동안 서로 물밑에서 영입작전을 펴왔으면서도 “나 무소속 할래,” 한 마디에 각자 이해득실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옹졸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참 안쓰럽다.

사실 한나라당의 말이 정치공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선거에서 가장 첫번째 게임의 규칙은, 후보자 구도이다. 양자 구도이냐, 3자 구도, 혹은 그 이상의 구도이냐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후보가 잘 나고 못 나고는 그 다음의 일이라는 것이다. 후보자의 수가 아니라, 정당의 수와 선거제도라는 변수를 적용해서 나온 이론이라 본 건 과는 약간 핀트가 다를 수 있지만, ‘듀베르제의 법칙’이라는 이론도 사실상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듀베르제의 법칙이 사회과학에서 ‘법칙’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론이듯이, 선거판에서 제1의 게임의 규칙–후보자 구도가 선거결과를 결정한다–은 절대적이다.

쉽게 설명하면, 한나라당의 계산–안철수가 우리 표 말고 민주당 표 깎아먹는다–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적어도 기존의 정치공학적 계산에서는. 그런데, 여기서 그들의 한계가 있으며, 그 점 때문에 그들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데도 반성도 못 하고 참 한심하다. 누구 말마따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아마 다음주초에 홍준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마구 질책을 할 것이다:

“누가 자꾸 안철수를 시장 후보로 영입하자고 해서 방방 띄워놨소? 그렇게 정체성 없이 표만 보고 휩쓸려 다니다가 우리가 이렇게 된 것 아니오?”

만약 월요일에 이런 기사가 뜬다면, 나를 무당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시 홍준표는 남 핑계만 대는, 무책임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들은 정말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놓치고 있다.

그 점에서는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은 마치 영원히 야권의 ‘갑’ 노릇을 하겠다는 심뽀를 대놓고 드러내는 반응인데, 역시 매우 안타깝다. 그리고, 당내에서 선빵을 날린 천정배 의원이 불쌍하다. 이계안 이런 분은 말할 것도 없고. 한명숙은 여전히 뻔뻔하게 주판알 튕기고 있을지도 모르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 하기 약간 미안하지만, 박원순 변호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그의 반응은 그래도 포털에 안철수 타이틀 옆에 혹은 아래 작은 글씨로 실어준다는 점에서, 기존 후보군보다 상대적으로 낫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역시 매우 슬픈 일이다. 공부만 잘 하는 샌님의 한계일 수도 있고, 최근 착한 일을 많이 했지만 덩달아 욕도 많이 먹은 탓에 한계가 아주아주 분명해 보인다. “쟤는 왜 갑툭튀 해가지고. ㅜㅠ” 이런 마음이겠지. 그냥 좋은 이미지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결론으로, 그럼 넌 도대체 뭐 하는 놈이냐? 니는 뭐가 잘 나서 이렇게 떠드느냐고 외치는 여러분께 한 말씀:

“난 말기 암환자요. 내일 모레 저 세상 갈 수도 있소. 10월 26일날 투표 못할 수도 있지롱.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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