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2일 일요일

진짜 청년 정치.

요즘 일부러 정치 관련 콘텐츠를 멀리 하고 있다. 안 그래도 주변에 기 빨리는 일이 널리고 널렸는데, 굳이 소중한 나의 에너지를 소진하여 정치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지 않다. 흔히 하는 말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또 너무 과잉이면서 진영 논리에 따라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라 그 질도 떨어진다. 정치적 효용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몇 년간 이른 바 '청년 정치'라는 이름으로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는데, 그들 하나하나 됨됨이를 평가할 실력은 안 되지만, 이제는 대체로 신선도도 떨어지고 차별화된 발언을 하거나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건 나만의 평가가 아닐 것이라고 보는데, 한 마디로 청년 정치인이 빠르게 기성 정치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나이도 대체로 40대를 향해 가고 있으며,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생각도 같이 늙어가는 걸 보면, 원래 이들이 20대부터 어떤 뚜렷한 정치적 식견을 쌓아왔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들이 그토록 공격하던 기성 정치인을 닮아가고 있다. 손호철 선생님이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거울 이미지'(선생님이 이 단어를 청년-기성 정치인의 관계에서 쓰지는 않으셨지만)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지 그 청년 정치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특히 청년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것은 이후 정치권에 진입할 세대에게도 또한 한국 사회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나는 현재 비난 받고 있는 이들이 스스로 변할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대안으로는 현재 활동하는 '청년' 정치인들 중에서 미디어의 주목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진짜' 청년 정치인을 발굴하고 그들을 응원하여 궁극적으로는 보다 큰 정치판(?)에서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나는 최근 우연한 자리에서 서울시 노원구의회 노연수 의원의 발언을 듣게 되었다. 몇 분 되지 않는 발언이었지만, 명확한 톤과 분명한 주장이 '물건'이라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했다. 원래 사람의 매력을 파악하는 데는 몇 초 걸리지 않으며, 유권자는 정치인의 공약을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한 표를 행사한다기보다는 정치인의 매력에 이끌려 한 표를 행사하는 경향이 강하다(전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나의 억지 주장임을 인정함).


그녀가 다음 선거에서는 구청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이 시점에도 전국의 기초의회에 또 다른 '노연수'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청년 정치인의 등장을 응원해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유튜브, 팟캐스트 등에 넘쳐나는 정치 공해를 막고 진정으로 한국 정치를 한 발짝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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