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0일 목요일

항암은 장난이 아니야.

 

처음 항암치료를 기다렸을 때는 지나치게 긴장한 것이 탈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온갖 항암 부작용의 정보를 접하니, 오만 가지 부작용이 다 내게도 일어날 것처럼 걱정을 했더랬다. 덕분에 항암주사 맞기 직전에 열이 살짝 올라서 폐렴 검사 등 각종 검사를 하고 난리를 쳐서(물론 감염증은 없는 걸로 판명) 계획보다 8시간 가량 늦어져 밤늦게 주사를 맞았다.

1차 치료후 퇴원하고 나서는 손톱 옆에 생긴 작은 상처 하나를 소독하러 가정의학과에 갈 정도로 철저하게 개인 위생 관리를 했다. 나중에는 이 역시 너무 지나친 걱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냥 대충대충 살았다.

3주 사이클로 예정된 항암치료 일정을 그대로 지키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호중구 수치가 떨어져도 촉진제 주사만 이틀 연속으로 맞으면 바로 회복이 되어, 그 다음 주 치료를 하는 데 호중구 수치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5차 항암 때까지는 그랬다.

5차 항암 이후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체감했다. 그래도 난 내 기분대로 몸을 움직이다가 쉽게 체력을 방전시키고 감정적으로도 절제하지 못 했다. 결국 호중구 60개(역대 최저치)를 찍은 날 혀에 큰 궤양이 생겼고, 그 덕분에 난생 처음 무균실이라는 곳도 구경해 보았다.

퇴원하고 나서도 다음 치료 일정 수행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예정보다 겨우 이틀 미뤄졌을 뿐이고, 월요일 퇴원할 때 호중구 수치가 매우 충분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웬 걸. 호중구 500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숫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적잖이 당황했다. 이번이 마지막 치료였기 때문에. 얼른 피날레를 맞이하고 싶은 조바심도 있었고.

뭐, 당황스러운 감정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뿐히 날려 보냈다.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게지. 마지막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집에 와서 한숨 자고 나니 기운도 났다. 어차피 겨우 6일 늦춰지는 것이다. 그냥 다음 주 월요일까지 마음 편히 쉬는 수밖에.

머리를 비우고, 항암제 앞에 겸손해지는 나날을 보내야지.

댓글 1개:

  1. 그래..마지막 6줄 내용이랑 니 마음이 일치되길 바래!!
    빨리 회복되어서 밥사야되는것도 잊지 말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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